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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 (수정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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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디지털 인프라 전략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이재연 선임연구원 왜 두 국가는 다른 길을 선택했는가? 전 세계의 디지털 정부들은 공통으로 ‘AI·클라우드 전환’이라는 흐름 속에 있으나, 국가별로 디지털 인프라와 거버넌스 구조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영국’과 ‘싱가포르’는 이러한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국가들이다. 같은 전환기에도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하였고 이는 두 나라가 가진 운영 방식과 기술 활용 문화(민간과의 역할 분담 구조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4년 UN 전자정부 평가(E-Government Survey)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덴마크, 에스토니아, 싱가포르가 1~3위를 차지했으며, 싱가포르와 영국 모두 높은 상승 폭을 보여 디지털 정부 역량 강화가 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2024년 디지털 정부 평가 결과 (UN DESA, 2024 E-Government Survey)
두 국가 모두 전자정부·클라우드·AI 기반 인프라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법과 전략은 서로 크게 다르다. 이 차이가 바로 두 국가의 디지털 인프라 전략을 비교할 때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림 2 영국·싱가포르 디지털 인프라 전략 비교 ‘영국’은 민간의 혁신적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발전시켜 왔다. 정부는 기준과 표준 등 보안·품질 관련 원칙을 마련·제시하고, 민간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거버넌스)을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정부가 플랫폼을 직접 설계·운영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일원화해 왔다.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유지하며, 안정성과 통일성을 우선하는 운영 모델에 중점을 두었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선택이라기보다, 각 국가가 오래전부터 운영해 온 행정문화와 기술 운영 방식의 차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본 이슈리포트는 두 국가가 선택한 다른 경로와 배경을 분석하고, 각 전략의 장단점 및 거버넌스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민간 개방’과 ‘정부 통합’ 사이에서 무엇이 현실적인지 검토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향후 AI·클라우드 인프라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전략적 요소를 정리하고자 한다. 영국의 ‘민간주도형 개방’ 영국은 정부가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규범·표준·지침을 제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영국의 철학이 실제 제도로 자리 잡은 시점은 2011년 정부 디지털서비스국(GDS) 설립 이후다. GDS는 단순한 IT 전담 조직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디지털 운영 패러다임을 '개방·표준·재사용'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았다. 영국 정부 디지털서비스국(GDS)의 공식 블로그1)는 GDS를 "현대적 디지털 정부 비전을 설정하고, 주도하며, 실행하는 책임을 가진 정부의 디지털 센터"로 정의하고 있다. GDS는 ‘사용자 요구 우선(Start with user needs)’, ‘플랫폼·API 등 재사용 가능한 자원 구축 및 데이터 기반 설계(Do less, design with data)’, ‘오픈 원칙(Make things open)’ 등의 11가지 설계 원칙2)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단순한 웹사이트가 아닌 국민의 실생활과 연결된 통합 서비스로 재정의했다. 2012년 발표된 이 원칙은 영국 정부의 디지털서비스 개발·조달·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중앙부처·공공기관·민간 생태계까지 확산되었다. 그림 3 공식 Government Design Principles 포스터 (GOV.UK) GDS가 만들어 낸 대표적 변화는 다음과 같다.
그림 4 GDS, "Government as a Platform" (YouTube, 2014) 이렇게 GDS는 ‘표준 + 플랫폼 + 지출통제(Spend Controls)’라는 3대 개방 기반을 제도화하며, 영국 디지털 거버넌스를 ‘개별기관 중심 개발’에서 ‘국가 단위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는 원칙을 수립하고, 민간이 이를 구현한다"는 영국의 이러한 철학이 제도화·실행되면서 오늘날의 개방형 생태계로 발전했다. 이러한 개방형 생태계는 2011년 이후 10년 이상 운영되며, 영국 공공부문에 정착되었다. 그리고 2024년, 영국 정부는 개방형 모델을 기술·산업·AI 정책과 통합하며 방향을 크게 전환했다. 정부는 GDS를 비롯한 디지털 관련 조직들을 ‘과학혁신기술부(DSIT, Department for Science, Innovation and Technology)’로 이관하며, 2025년 발표된 「A Blueprint for Modern Digital Government」를 통해 이러한 방향*을 국가 전략으로 선언했다.
GDS(표준·플랫폼), CDDO(데이터·거버넌스), i.AI(AI 실험), Geospatial Commission(지리정보) 등이 DSIT로 통합되며 이관되었다. 내각사무처 산하에서 정부 내부 디지털화에 집중하던 구조에서, 기술부처 산하에서 민간 기술 생태계와 연계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 영국 정부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AWS, Azure 등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고, DSIT는 이를 기반으로 민간 AI·클라우드 기술을 공공서비스에 더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원칙만, 민간이 구현'이라는 개방형 모델이 단순 웹사이트를 넘어 AI·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 생태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2024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세계 7위로 반등하며 명확히 증명했다. 이는 정부가 거대한 시스템을 굳이 직접 소유하거나 만들지 않더라도, 확고한 ‘표준’과 유연한 ‘정책’만 있다면 민간의 혁신 기술을 활용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정부주도형 통합’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라는 특성상, 국가 전역의 디지털 인프라를 신속하게 전환하면서도 일관된 품질·보안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주도형 통합’를 선택하였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디지털 전략이 본격화된 것은 2014년 「Smart Nation」 비전 선포부터다. 이는 단순한 전자정부 서비스를 넘어, 국가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국가적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2016년, 기존의 IT 관리 조직을 개편하여 ‘정부기술청(GovTech)’으로 개편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가 ‘설계자이자 운영자’로서 강력한 기술적 통제권을 갖고, 국가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싱가포르 특유의 정부 주도형 체계를 마련했다. GovTech는 공공기관이 매번 시스템을 제로베이스에서 개발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핵심 기능을 모듈화한 공통 플랫폼 ‘싱가포르 정부 기술 스택(SGTS)*’을 직접 구축·배포하였다. * SGTS(Singapore Government Technology Stack) : 공공기관이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디지털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설계·개발·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개발 플랫폼이자 공통기반 인프라
표 1 ‘SGTS‘의 대표 구성요소 (출처: GovTech, 「Singapore Government Tech Stack(SGTS) Overview」) 이에 싱가포르의 각 부처는 이 검증된 인프라(SGTS)를 기반으로 개발해 효율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단순히 시스템을 통합하는 수준을 넘어 각 기관이 개발 환경이나 보안 체계를 따로 고민할 필요 없이 정부가 사전에 완벽하게 세팅해 둔 ‘단일 생태계(Single Ecosystem)’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인프라*부터 데이터 연결, 보안, 인증 체계까지 모든 기술 요소가 표준화되어 있어, 결과적으로는 국민이 어느 부처의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품질과 안전성을 경험하게 된다. * 민간 클라우드(AWS, Azure, Google Cloud 등)를 활용하되, 정부가 GCC로 사전 보안 설정을 적용한 표준 환경을 제공 그림 5 The Singapore Government Tech Stack (GovTech, 2022) 2023년 이후 싱가포르는 이러한 모델을 AI 시대로 확장하고 있다. 「Smart Nation 2.0」 전략은 기존 정부 주도 클라우드 기반 위에 ‘AI Launchpad’와 같은 공통 AI 플랫폼을 얹는 형태로 진화했다. 각 부처가 각자 AI 모델을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유출, Hallucination 현상, 중복 투자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성이 검증된 LLM(초거대언어모델)과 AI 도구를 GovTech가 플랫폼에 탑재하고 배포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6 Smart Nation 2.0 VISION (SNDGO, 2024) 클라우드에 이어 AI 도입조차도 ‘중앙에서 검증하고, 부처는 활용한다(Centralized Platform, Distributed Innovation)’는 전략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의 비효율을 없애고 빠른 혁신을 위해 부처 간의 벽을 허물고 묶는 ‘통합’을 선택했다. 이는 도시국가라는 특성을 한계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고, 정부가 직접 혁신 가속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구축·운영 전략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 통합’ 전략을 통해 ‘통합된 사용자 경험’과 ‘민첩한 AI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2024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9단계나 수직으로 상승하여 글로벌 Top 3위로 도약했다.
그림 7 GovTech‘S impact over the years (2024, GovTech) ‘민간 개방’과 ‘정부 통합’을 넘어 : 하이브리드 인프라 전략 영국과 싱가포르의 공통된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두 국가 모두 정부가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는 ‘구축(SI)’ 중심에서, 민간의 검증 자원을 활용하는 ‘구독(SaaS·Cloud)’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간의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속도를 따라잡고 공공서비스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두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국 모델을 도입하기에는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 국가 안보상 중요 데이터·시스템(Classified/Confidential)의 민간 클라우드 전면 도입이 어렵고, 싱가포르 모델을 따르기에는 국내 공공부문 조직의 규모와 행정적인 복잡도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표 2 영국-싱가포르 간 디지털 인프라 비교 이 지점에서 한국만의 ‘제3의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국산 클라우드(CSP)와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기술 강국이자,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및 정책 역량(부처·NIA 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공공은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시장 조성자’로 나서야 한다. 영국의 ‘민간의 혁신’과 싱가포르의 ‘국가적 통합’을 융합하면서, 우리 고유의 기술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민간 클라우드 중심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림 8 생성형 AI로 구현한 제3의 국내 모델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AI가 산업 전반을 흔드는 시기에 ‘정부’가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국내 디지털 인프라 전략’은 ‘정부’가 데이터와 표준을 중심으로 큰 틀을 정리하고, 그 기반 위에서 ‘민간 클라우드 기업과 AI 기업’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공공부문은 다양한 전략 사이에서 방향성을 찾아왔다. 특정 국가 모델의 모방이나 단순한 절충이 아니라 ‘민간 개방’과 ‘정부 통합’으로 새롭게 갖춰질 때, 대한민국은 전자정부 평가 상위권을 넘어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About the Government Digital Service", GDS Blog, https://gds.blog.gov.uk/about/ 2) "Government Design Principles", GOV.UK, https://www.gov.uk/guidance/government-design-principles
이슈리포트_2025-11호.pdf (805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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